한국 술은 이렇게 담근다-3
* 누룩 만드는 법
누룩을 만드는 데에 좋은 날은 신미, 을미, 경자일이다. 소동파는 삼복 중에 누룩을 빚으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진나라 때의 사람인 장 화가 지은 「박물지」에는 복날에 누룩을 만들면 누룩이 시다고 했다. 누룩을 만드는 시기는 초복 뒤가 가장 좋고 중복 뒤와 말복 전이 다음으로 좋다.
적고 많음을 가리지 않고 밀을 갈아서 보리 열 말과 밀가루 두 말을 기준으로 삼아 써서 누룩을 버무린다. (누룩이 나쁘면 술맛도 나빠진다.)
녹두를 담가 즙을 내고 날로(날엿괴)를 녹두즙과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해가 뜨기 전에 누룩을 빚는다. 누룩을 되게 하려면 그날로 힘껏 누룩을 밟는다. 가벼이 밟아서는 좋은 누룩이 되지 않는다. 하룻밤을 재우고 나서 또 밟는다. 아주 굳게 하려면 덩어리마다 연잎과 도꼬마리잎으로 둘러 싸서 바람이 잘 통하고 서늘한 곳에 달아 두었다가 시월쯤에 가서 거두면 누룩이 좋다. 오롯이 굳게 반죽을 하고 굳게 밟아 주어야 한다. 굳게 반죽이 되어 있지 않으면 굳게 밟으려고 해도 흐트러진다. 그리고 굳게 밟지 않으면 누룩의 힘이 감소되고 말아 쌀을 삭이지를 못한다.
요국(여뀌로 만든 누룩)은 찰벼를 우린 물에 여뀌즙과 섞어 하룻밤을 재운 뒤에 걸러 내어 마른 밀가루를 고루 섞어 체로 쳐서 체위에 뜬 밀가루는 버리고 종이 주머니에 그것을 저장하여 바람이 통하는 곳에 걸어 둔다. 한여름에 만들면 두 달만에 넉넉히 쓸 수가 있다. 이것으로 술을 만들면 매우 순하다.
* 술밑 만드는 법
희게 쓴 멥쌀 한 말을 깨끗이 씻어서 물에 담근다. 겨울에는 열흘, 봄-가을에는 닷새, 여름에는 사흘씩 담가 둔다. 물이 쌀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쌀이 불어나서 부드러워지면 쪄서 푹 익힌 다음 누룩을 조금 넣고 손으로 아주 고르게 주물러서 항아리에 넣고 입을 봉한다. 겨울에는 따뜻한 데에 두고 여름에는 서늘한 곳에 둔다. 술꽃이 없어지면 술이 된다. 조금 시고 떫으나 매끄러워서 좋다.
청명수와 곡우수 술을 빚으면 술 빛이 감색(검은 빛을 띈 푸른 빛)이 나고 맛이 매콤하여 오래 저장을 해 둘 수 있다. (「보감」의「찬보」에는 청명과 곡우에 긴 강에 흐르는 물을 떠다가 술을 빚으면 술 빛이 감색이 나고 그 맛이 독특한데 대개 술은 그 기후의 기운을 취하는 까닭이라고 했다.) 가을 이슬이 함뿍 내릴 때에 소반에 이슬을 받아 거두어서 술을 빚는데 이것을 “추로백”이라고 한다. 중원 사람 중에 좋은 술을 빚는 사람들은 진흙으로 항아리의 입을 막고 털끝 한 개도 새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 두면 여러 해를 저장할 수 있고 그 맛도 더욱 좋아진다. 조금만 시어도 쓸 수가 없다.
*주모와 술제떡
눈같이 흰 누룩으로 설향곡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찹쌀 다섯 근에 누룩 여섯 근을 섞어서 눌러서 만든 것이다. 이 때에 술밑이라고 해서 먼저 조금 만들어 놓은 술과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누룩이 다 만들어진 뒤에 막걸리를 만들려면 제밥이라 하여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술제떡이라고도 한다. 멥쌀을 빻아 떡을 만들어 햇볕에 말린 뒤에 꾸덕꾸덕해지면 술밑을 넣고 다시 누룩을 더 넣어서 만들기도 하다. 예전에는 술을 만들 때에 먼저 주모를 만들어 떡을 쪄서 밖에 내다가 말렸다. 그래서 술떡을 보면 그 집에서 술 빚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선 때의 탁주로 명성이 높았던 것은 소곡주이다. 충청도의 한산이 그 산지로 유명했었는데 “소곡주”라고 하는 이름은 누룩을 적게 쓴다고 해서 붙여졌다. 소곡주는 누룩의 처리 방법이 다른 술과는 다르다. 소곡주 한 말을 빚으려면 먼저 끓는 물 세 병을 식혀서 항아리에 넣고 좋은 누룩 가루 다섯 홉, 밀가루 다섯 홉 을 넣어 하룻밤을 재우고 다음날에 백미 다섯 되를 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항아리에 담는다. 손으로 으깨어 채로 밭혀 걸러 내고 누룩물 중에 작은 알갱이가 없게 하고 식혀서 항아리에 담는다. 한 일주일 뒤에 따로 쌀 다섯 되를 씻어 밥을 짓고 뜨거울 때에 항아리에 넣어 손으로 잘 젓는다. 찬 곳에 이레쯤 두면 밥이 뜨게 되는데 깨끗한 천으로 이것을 걷어 낸다. 소곡주는 이월에 빚으면 삼월 보름에 익고 오월이 되면 맛이 변하므로 따뜻한 곳을 피해야 맛이 좋다고 전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술을 담그기 전에 누룩가루와 술밑을 만들고 그 뒤에는 다시 누룩을 쓰지 않는 것이 소곡주의 특징이다.
탁하게 빚은 술을 탁주라고 하는데 “재주”, 또는 “회주”라고도 불렀다. 맑은 술인 청주는 삼국 시대 후에 양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등장하였다. 탁주와 청주의 양조 방식은 같은데 탁하게 마시려면 탁하게 빚고 맑은 술을 얻으려면 맑게 빚는 데에 차이점이 있다. 맑은 술을 빚으려다 탁주가 되면 다시 그 탁주를 술밑으로 하여 새로 담그는데 그러면 청주가 얻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특별한 탁주는 탁주의 고유한 양조법으로 만들어졌다. 앞서의 일반 탁주와 청주류에서는 밀누룩을 썼으나 이 순탁주류에는 쌀누룩을 썼다. 그래서 여느 탁주류는 “탁배기”라고 했고 특별한 방법으로 빚은 탁주는 그 고유의 이름대로 불렀다.
황병국
뿌리깊은나무/ 1978년 1월호 별책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