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랑
[스크랩] 나의 첫사랑
半步
2008. 5. 7. 18:22
나의 첫사랑
박경리 선생의 조문을 갔다.
전주에서 서울 그리 먼 거리는 아니면서도 조금은 먼 곳
빈소에 도착하자
김지하 선생님의 사모님이자 박 선생님의 따님인 김영주님이
당신의 둘 째 아들과 함께 서 있다가
“나 이제 고아가 되었어요.” 하신다.
할 말을 잃어서 “사모님 이제 더 잘 사셔야 해요.” 하고 나오자
김지하 선생님이 지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고아가 된 것 같다는 말씀
그것은 나를 이 지상에 있게 한 첫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 말고 나의 첫 사랑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내 나이 열여덟에 만났던 그 여자애
내가 처음 예쁜 여자라고 느낀 그 여자애일지도 모르겠다.
그를 만난 것도 우연이었고 그를 비롯한 다섯이서
마이산을 갔던 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었다.
하룻밤을 민박집에서 지낸 뒤
아침에 깨어나 보니 다른 사름들은 보이지 않고
그와 나 단둘이서 한 이불 속에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당황해 하고 있는데,
이불 속에서 그 애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돈 벌을 것이니 오칸 접 집을 지어놓고 살아”
나는 그의 말에 당혹해 했고,
그러면서도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 뿐 그와의 만남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애의 이름은
군대 입대하기까지 계속 입안을 맴돌기만 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곳에 취직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소녀 아닌 그 여자를 다시 만난 것은 군대에서
처음으로 휴가를 왔다가 귀대를 하던 날이었다.
임실역에서 그가 한 아이를 데리고 남편인 듯한 남자와 손을 잡고 나오다가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고 가던 그 뒷모습
그 때 나의 부질없는 첫 사랑은 끝이 났고
내 기억 속에서 그 여자의 이름은 잊혀져갔다.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멀어져 간사랑,
그것이 이제껏 가슴이 아프고 아린 첫 사랑인줄 알았다.
“입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는 찬 빗속에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흘리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이 저미겠지 외로움으로“
키도 크고 눈이 크고 예쁘던 그 여자
그 여자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무자년 오월 초이레
박경리 선생의 조문을 갔다.
전주에서 서울 그리 먼 거리는 아니면서도 조금은 먼 곳
빈소에 도착하자
김지하 선생님의 사모님이자 박 선생님의 따님인 김영주님이
당신의 둘 째 아들과 함께 서 있다가
“나 이제 고아가 되었어요.” 하신다.
할 말을 잃어서 “사모님 이제 더 잘 사셔야 해요.” 하고 나오자
김지하 선생님이 지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고아가 된 것 같다는 말씀
그것은 나를 이 지상에 있게 한 첫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 말고 나의 첫 사랑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내 나이 열여덟에 만났던 그 여자애
내가 처음 예쁜 여자라고 느낀 그 여자애일지도 모르겠다.
그를 만난 것도 우연이었고 그를 비롯한 다섯이서
마이산을 갔던 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었다.
하룻밤을 민박집에서 지낸 뒤
아침에 깨어나 보니 다른 사름들은 보이지 않고
그와 나 단둘이서 한 이불 속에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당황해 하고 있는데,
이불 속에서 그 애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돈 벌을 것이니 오칸 접 집을 지어놓고 살아”
나는 그의 말에 당혹해 했고,
그러면서도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 뿐 그와의 만남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애의 이름은
군대 입대하기까지 계속 입안을 맴돌기만 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곳에 취직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소녀 아닌 그 여자를 다시 만난 것은 군대에서
처음으로 휴가를 왔다가 귀대를 하던 날이었다.
임실역에서 그가 한 아이를 데리고 남편인 듯한 남자와 손을 잡고 나오다가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고 가던 그 뒷모습
그 때 나의 부질없는 첫 사랑은 끝이 났고
내 기억 속에서 그 여자의 이름은 잊혀져갔다.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멀어져 간사랑,
그것이 이제껏 가슴이 아프고 아린 첫 사랑인줄 알았다.
“입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는 찬 빗속에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흘리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이 저미겠지 외로움으로“
키도 크고 눈이 크고 예쁘던 그 여자
그 여자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무자년 오월 초이레
출처 :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글쓴이 : 신정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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