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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크랩] 성냥’-김남조(1927~ )

半步 2011. 4. 12. 00:07

성냥갑 속에서
너무 오래 불붙기를 기다리다
늙어버린 성냥개비들
유황 바른 머리를
화약지에 확 그어
일순간의 맞불 한 번
그 환희로
화형도 겁 없이 환하게 환하게
몸 사루고 싶었음을.




지폐도 이력서도 유황이다. 하루의 삶은 유황벌이인지도 모른다. 유황을 긁어 모아 한 번쯤 불로 확 타오르고 싶은 그 욕망으로 화형쯤 겁 안 난다.

 

몸 사르고 싶다. 생은 그렇게 한 번쯤 불꽃 튀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건 사회적 이상이건 미지근한 열도로 가려운 것은 생이 아니다.

 

그러나 그 불은 늘 강 건너에서 타오르지 않던가. 기다리다 늙어버리는 성냥처럼. 유황이 축축하게 그 가치를 잃어버리는 지점에서 멀어지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불을 찾는 데 목이 마르다. 기꺼이 몸 사르는 불에 뛰어든다.                   <신달자·시인>

 

 

젊어 한 때 김남조 시인의 '사랑초서'를

입에 달고 다녔던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랑에겐

사랑일 수 있었음이

이미 보답이다
내게 이를 가르쳤음은
당신의 힘이다
'라는 귀절에

얼마나 감동 했는지...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모두 다 부질없는 것을... 

출처 : 소맷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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