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그리고 자연

나무의 처신 : 강판권 교수

半步 2011. 5. 2. 23:27

나무의 처신 : 강판권 교수

모든 생명체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생명체든 가장 적합한 곳을 찾아서 똬리를 튼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곳을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한다. 요즘은 대부분 좋은 직장을 찾아 살 곳을 옮기지만, 산업사회 이전 한국과 중국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터전을 풍수사상에 따라 결정했다.

풍수는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이다. 사람은 추위를 막고 물을 쉽게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배산임수를 선호하는 것도 풍수사상에 기인한다. 그런데 물은 나무가 많아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무가 많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이고, 살기 좋은 곳을 만들려면 나무를 많이 심어야만 한다.

숲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바로 장자가 말한 ‘임락(林樂)’일지도 모른다. 좋은 터전을 찾았더라도 살다보면 언제든 위기를 맞는다. 까치들이 나무에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은 그곳이 자신이 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견고한 집일지라도 태풍을 만나면 나무가 쓰러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사람이든 나무든 닥쳐올 위기에 대비한다.

소나무와 참나무 계통의 나무처럼 고정생장형(固定生長型) 나무들은 앞날을 예측하면서 매우 계획적으로 성장한다. 반면 버드나무처럼 자유생장형(自由生長型) 나무들은 눈앞의 상황만을 살핀 후 성장한다. 어느 쪽이 나은 삶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오래 산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짧게 산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각자 나름대로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바로잡는 ‘위기(危己)’다. 자신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자신을 바로 잡는 모습은 뿌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가로수로 즐겨 심는 느티나무와 중국단풍을 보면, 간혹 뿌리가 땅 밖으로 나와 있다.

이 나무들은 비바람에 뿌리가 뽑힐 것을 염려해서 또 다른 뿌리로 감싼다. 나무든 사람이든 뿌리가 뽑히면 거의 살 수 없다. 뿌리가 튼튼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나는 학교에서 야외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꼭 이 장면을 보여준다. 화려한 꽃도 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이지만, 화려한 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무의 뿌리에 눈길을 두는 것은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궁핍할 경우에도 뿌리를 튼튼히 하면서 좋은 때를 기다린다. 나무는 가뭄이 들면 자식을 낳기 위해 꽃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뿌리를 튼튼하게 만든다. 이것이 자기를 바르게 하는 자세이고, 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절약해야 하고, 앞날을 위해 저축도 해야 한다. 더욱이 나무와 풀이 살 수 있도록 잘 보존해야 한다. 식물이 살고 있는 곳을 함부로 손대면 인간의 터전도 송두리째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의 삶은 곧 인간 삶의 바로미터이다.

 

 

요즘 수목원에서 풀과 나무들을 보면서 그들의 생존방식에 탄복한 적 한두 번이 아니다.

이른 봄 벌 나비들이 깨어나기 전 개미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냉이는 꽃을 낮게낮게 피우다가 수분이 끝나 열매를 맺을 때에는 꽃대를 쑥 키워 씨가 조금이라도 멀리멀리 퍼뜨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 경이로움!

자가수분을 통한 열성유전을 피하기 위해 암꽃과 수꽃의 개화 시기를 달리한다는점 등등등

 

따라서 오히려 나무들에게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은 많다고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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