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음식

한국 술은 이렇게 담근다-5

半步 2008. 2. 11. 16:29

* 좋은 술을 빚는 비방

    멥쌀과 찹쌀을 물에 담갔다가 가루를 만들어 가늘게 빻은 누룩 아홉 되를 끓인 물 여덟 되에 섞어 가며 빚는다. 사흘이 지난 뒤에 찹쌀 두 되로 밥을 쪄서 식힌 뒤에 먼저 빚은 것과 합하여 빚어서 이레 뒤에 달여 낸다. 위의 방법대로 물을 열두 번만 바꿔 주면 술맛이 아주 순하고 부드러워진다. 열아홉 번을 갈아주면 그 맛이 아주 매콤해진다. 술밥을 찌거나 술을 달여 낼 때에 지피는 땔감의 재료는 나무나 보리짚 따위를 쓰고, 너무 느리게 때거나 급히 때거나 해서도 안된다.


* 술에 약을 담그는 법

    약을 가늘게 썰어서 생초대에 넣은 뒤에 술을 넣어서 밀봉하고 봄에는 닷새, 여름에는 사흘, 가을에는 이레, 겨울에는 열흘이 지난 뒤에 진하고 매운가를 살펴서 걸러 낸다. 너무 맑은 것을 복용하면 그 찌꺼기가 메마르므로 거친 가루를 다시 담갔다가 마신다. 술 한 병에 거친 약가루 석 냥을 넣는 것이 적당하다.


* 꽃향기를 술에 넣는 법

    감국(국화)이 활짝 필 때에 그것을 따서 말려, 항아리에 술 한말을 넣고 국화 두 냥을 넣어 생초 포대에 담아 술의 표면에서 손가락 한 개 높이 만큼 높게 매어 단다. 꿀로 항아리와 부리를 봉하고 하룻밤을 재워서 푸대를 벗겨 버리면 술맛에서 국화 향내가 난다. 섣달의 매화처럼 향기가 있는 온갖 꽃을 이러한 방법으로 처리하면 술에서 저마다의 꽃향기가 나게 된다. 다른 한가지 방법으로 진국술을 익힐 때에 감국의 꽃받침은 버리고 꽃을 두 냥을 따서 넣는다. 그리고 진국술을 고루 저어서 다음날 일찍 비틀어 눌러 술을 짜내면 그 맛에 향내가 담뿍 배이게 된다. 향기가 있고 독이 없는 모든 꽃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술에다가 꽃향기를 넣을 수 있다.


* 꽃향기를 술에 들이는 법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에 술 한 말에다가 꽃 두 되를 주머니에 넣어 술독에 달아 두면 향내가 가득해진다. 매화나 연꽃과 같이 향기가 있고 독이 없는 모든 꽃은 이 방법을 쓴다. 꽃을 위에다 뿌려도 좋지만 유자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면 술맛이 시어지므로 유자 껍질을 주머니에 넣어서 달고 술독 위를 단단히 덮어서 익힌다.


* 술을 괴게 하는 법   

    술을 빚다가 차게 놔두면 사나흘이 지나더라도 괴지 않는다. 이때에는 술밥을 헤치고 그 한가운데에 좋은 술을 붓는다. 그러면 곧 술이 괸다. 술이 더디 괴거든 좋은 술을 가운데에 조금 부어 놓으면 금방 괸다. 술에 가지 나무 재를 넣으면 그것이 변하여 물이 된다.

 

 

황병국

뿌리깊은나무/ 1978년 1월호 별책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