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에서 돌아온 다음 날은 레조-에밀리아로 갔다.
볼로냐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 파르마 방면으로 한 시간 가량만 가면 나오는 소도시.
예전에야 티토 곱비니 주세페 디 스테파노 같은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들이 젊은 시절 이곳 시립극장에서 멋들어진 노래를 불렀다지만 그건 정말 호랑이 곰방대 물던 시절 이야기.
지금은 (거기 살고 있는 사람 표현을 빌리자면) 그저 ‘조용하고 지루한 시골마을’이다.
여튼 이 동네에서 친구 프란체스코를 만났다.
홈그라운드에서 그를 조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걸치고는 이 도시의 구시가지를 터벅터벅 걸었다.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와 유럽을 좋아하는 나는 아마도 환상의 복식조가 아닐까.
서울의 먹거리를 그리워하는 그 친구와 에밀리아-로마냐(볼로냐와 파르마 일대를 가르키는 말) 미식의 진수를 경험하겠다는 야심찬(?) 나의 생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는 그 동네에서 제법 이름난 대중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대뜸 묻는다.
‘너, 치즈 좋아하니?’ ‘치즈...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곧 그 기괴한 질문의 이유가 밝혀졌다.
나름 이탈리아 식문화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내게도 충격적이었던 비주얼이 테이블 위에 펼쳐진 것이다.
파르미자노 레자노, 즉 최고의 파르마산 치즈를 덩어리로 뚝뚝 떼어내 그걸 접시째 서빙해줬다.
치즈만 먹기에 심심하면 크림 형태의 발사믹 식초를 곁들여도 좋다.
물론 이것도 인근 모데나에서 가져온 최상급의 발사미코다.
‘세상에는 이렇게 맛있는 것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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