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미술 음악

[스크랩] [친절한 디토씨의 문화여행 노트] 4월의 봄노래

半步 2013. 4. 7. 16:08


희뿌연 무덤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꿈을 꾸었네
너의 나무와 푸른 하늘에 대해서
너의 향기와 새들의 노래에 대해서.

바야흐로 그대는 빛나는 보석을 걸치고
내 앞에 기적처럼 나타났으니
그대가 나를 알아보고
그대가 나를 부드럽게 유혹하노니
그대의 자태에 내 몸이 떨고 있노라.

헤르만 헤세의 시 ‘봄(Frühling)’입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찬란한 봄을 만난 어떤 반가움을 노래한 시이지요.

그저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빙긋 웃는 반가움과 부드러운 환희가 지배하는 그런 차분한 어조입니다.

 

겨우내 두텁고 높은 석조건물 속에서 꽁꽁 숨어 지내다가 언뜻 새로운 기운을 느끼고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찾아온 봄을 맞이하는 그런 설램도 느껴집니다. 그 속의 뜻모를 아련한 우수(憂愁)가 또한 우리 마음을 시리게 만듭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시에 음악을 붙여 가곡을 만들었습니다.

슈트라우스에게 봄이란 이처럼 우아한 찬란함이었을 것입니다.

그 음악, 들어볼까요?


(R.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봄’, 소프라노 게니아 퀴마이어)

베토벤은 모두 열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겼지만 제5번 “봄”은 9번 "크로이처“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곡입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작곡가 베토벤이 느낀 삶에 대한 싱그러운 정열이 그대로 살아있는 명곡이지요.

그의 다른 많은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봄’이라는 별칭은 베토벤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붙인 것입니다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타당성 있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

 

역시 ‘이유 없는 별명은 없다’라고나 할까요.

화사한 봄 햇살, 싱그러운 개울의 역동적 움직임 같은 것이 느껴지는 첫 번째 악장을 들어봅니다.

 

오늘은 또 특별히 두 명의 전설적인 대가들과 함께 해봅니다.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제5번 ‘봄’> 1악장, 바이올린 기돈 크레머, 피아노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보티첼리 전시실(제10~14 전시실)에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찬연한 명작 ‘봄’이 걸려 있습니다.

봄은 이탈리아어로 프리마베라(Primavera). 결국 prima와 vera를 합친 말이니, 굳이 뜻을 풀자면 ‘첫 번째 진실’이라고 불러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것은, 결코 진실일 수 없는 축축하고 습한 이탈리아의 겨울을 보내고 이제 다시 찾아온 찬연한 봄을 만났을 때의 그런 감격스런 상태를 나타낸 말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로써의 봄’ - 보티첼리는 꽃의 도시 피렌체 출신답게 이 그림 안에 무려 200여 종의 서로 다른 꽃들을 쏟아내듯 그려 넣었습니다.

 

실제로 보면 크지 않은 그림이지만 살아 꿈틀거리는 저 그림 속의 신화적 인물들과 그들을 감싸고 있는 찬란한 생명력의 결정체, 그 아름답게 흐드러진 꽃들이 관람자들의 정신을 휘감아 흔들어댑니다.

이 감격, 피아졸라의 탱고 클래식으로 다시 한번 증폭시켜 볼까요.


(아스토르 피아졸라 <항구의 봄 Primavera porteña>, 라 스칼라 실내악단 Cameristi della Scala)

그러고보니 벌써 4월입니다.

기쁘고 즐거우면서도 덜컥 시간의 빠른 흐름에 놀라게 되는 이즈음입니다.

 

지난 석 달은 행복한 올 한 해를 위한 멋진 준비운동 기간으로 생각하고 이제부터, 바로 이번 달부터 신나게 한번 달려보려고 합니다.

4월입니다.

토스티의 ‘4월’을 들으며 다시 한번 시작해봅니다.


(F.P.토스티 <4월 Aprile>,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출처 : 28도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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