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미술 음악

[스크랩] [친절한 디토씨의 문화여행 노트] 에스프레소 클래식

半步 2013. 4. 11. 10:39

‘클래식은 다들 왜 이리 길까요?

5분 안에 딱 끝나는 뭐 그런 음악 없을까요?’

어느 라디오 방송의 회의석상에서 나온 푸념(?)입니다.

 

방송분량이 7분 내외로 정해져 있는데, DJ멘트 빼고 음악만 들으려 해도 곡 자체가 너무나 길다는 이야기지요.

클래식 전문방송이라면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음악만 계속 틀어도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은, 일반 라디오에서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5분 안팎이지만 소품이라고 치부하기는 힘든, 짧지만 멋진 그런 클래식 음악은 어디 없을까?’

궁리 끝에 10곡의 아름다운 음악들을 선곡해 봤습니다.

길이는 짧지만 감동은 강렬하니, 이를 ‘에스프레소 클래식’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연주 : 기돈 크레머(바이올린)와 친구들)

1. 아스토르 피아졸라 <망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클래식 망각(Oblivion)이 사실은 4분짜리 음악이라는 것.

그리고 기돈 크레머가 연주가 이 세상 최고라는 사실도.

(피아노 에프게니 키신)

2. 쇼팽 <즉흥환상곡>
하루에 단 5분만 투자하면 키신의 쇼팽을 들을 수 있다니.

이 엄청난 사실을 예전의 나는 왜 몰랐을까.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

3. 오페라 <쟈니스키키> 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푸치니의 확실한 장점. 관현악은 세련되고, 구조는 바그너적이지만 아리아는 반드시 3분 안에 끝난다는 거.

그는 진정 팬서비스를 아는 작곡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4.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하긴 푸치니의 ‘위대한 3분’ 리스트에서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가 빠질 수는 없다.

파바로티가 부르는 노래를 듣노라면, 가슴이 뛰어서라도 잠을 못 이루게 된다.

(하프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

5. 프란시스코 타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우리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젖어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겨우 4분.

오늘은 이 시대의 엄친아 하피스트 드 메스트르의 하프 연주로 듣는다.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괴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6. 요하네스 브람스 <헝가리무곡 제1번>
브람스의 눈으로 바라본 헝가리의 대초원과 집시음악의 멜랑콜리.

학창시절엔 5번만 줄창 들었지만 지금은 1번이 훨씬 좋다.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

7.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아름다운 음악의 원천은 자음이 아니라 모음이다.

‘어머니의 소리’ 모음으로만 연주되는 라흐마니노프의 고아한 센티멘털리티의 결정체, <보칼리제>

(첼로 슈테판 하우저)

8. 가브리엘 포레 <꿈꾼 후에>
포레의 음악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그건 라뒤레의 마카롱보다, 드 플로르의 폭신한 카푸치노 거품보다 휠씬 더 우리를 유혹한다.

포레는 지극히 드높은 아름다움이다.

(피아노 알렉상드르 타로)
9. 쇼팽 <녹턴>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쇼팽의 녹턴을 알렉상드르 타로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지휘, 뮌헨필하모닉)
10. 브람스 <교향곡 제3번 3악장>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 요하네스 브람스.

출처 : 28도우회
글쓴이 : 半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