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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친절한 디토씨의 문화여행 노트] 바흐의 첼로 이야기 - 퍼온 글

半步 2013. 4. 27. 22:46


가끔은 듣거나 보는 것 자체로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체험하게 되는 그런 예술작품이 있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또한 그런 곡일 것입니다.

이 음악은 - 결론부터 말하자면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첼로곡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음악입니다.

원래는 필사본 악보로 전해져 오던 음악이었으나 점차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 언제부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음악이 되었습니다.

 

이를 극적으로 부활시킨 건 20세기 최고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공로였지요.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이었을까요.

소년 카잘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어느 낡은 악보점에서 이 빛바랜 바흐의 악보를 발견합니다.

모두 6곡으로 이뤄진 모음곡 형태의 독주 첼로곡이었습니다.

“우리는 부두 근방의 오래된 악보 상점에 들어갔다. 나는 많은 스코어들을 여기저기 훑어보기 시작했다.

불현듯 낡고 색이 바랜 한 묶음의 스코어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첼로를 위한 무반주 모음곡>이었다!

나는 놀라움으로 스코어를 읽었다.

첼로를 위한 여섯 개의 모음곡.

그 제목 속에는 어떤 마술과 신비가 숨겨져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결코 모음곡 같은 것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고 아무도, 나의 선생님들조차 그 곡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 모음곡들을 마치 왕관에 달린 보석들처럼 가슴에 꼭 안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 방에 들어가 그 음악에 빠져 들었다.

나는 그 음악을 읽고 또 읽었다.

그 때 나는 13세였지만, 그 후 80년 동안 그것을 처음 대했을 때의 놀라움은 언제나 생생하게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 곡은 전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나는 그 곡을 억누를 수 없이 흥분하여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곡은 이제 나의 가장 귀중한 음악이 되었다.

나는 그 후 12년 간 매일매일 그 곡을 연구하고 공부했다.

정말로 12년이 지나고 내가 25살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그 중의 한 곡을 청중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 파블로 카잘스

오늘은 모두 6곡(즉 6부)으로 이뤄진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하이라이트로 들어봅니다.

각 곡 중에서 제일 유명하거나 인상적인 음악을 하나씩 골랐습니다.


제1번 중 프렐류드 (첼리스트 요요 마)

제2번 중 미뉴엣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제3번 중 프렐류드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

제4번 중 부레 (첼리스트 M. 로스트로포비치)

제5번 중 프렐류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

제6번 중 사라방드 (첼리스트 요요 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라는 악기에게 허락된 모든 기교와 표현범위를 극한까지 다루고 있는 음악입니다.

어찌 보면 무뚝뚝한 표정의 첼로 한 대로 무한의 정신세계를 마음껏 주유하는 우주적 음악이기도 합니다.

열 세 살의 어린 나이에 운명적으로 바흐의 악보와 마주쳤던 카잘스는 숨이 다하는 날까지 매일 아침 이 곡을 연습하며 바흐가 남긴 위대한 음악의 의미를 파헤치는데 평생을 다 바쳤습니다.

 

카잘스 덕분에 우리는 자칫 잊혀지고 묻힐 뻔했던 인류의 위대한 음악을 이렇게 다시금 들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잘스의 생전 연주 모습을 영상으로 살펴봅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전곡, 첼로 파블로 카잘스)

출처 : 28도우회
글쓴이 : 半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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